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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New Zealand/이런저런 일상

뉴질랜드, 고양이 외출에 대한 심적 갈등과 고양이 이사 후 새집 적응기

by Kimmie.nz 2020. 4. 24.

My fur baby, Luna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고양이를 외출시킨다는 것에 대한 오랜 심적 갈등이 있었다.

 

**고양이의 외출과 고양이에게 목줄/하네스를 걸고 강제로 시키는 산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양이에게 하네스를 채워서 강제로 당기거나, 낯선 환경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건 정말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으니 절대 절대 시도하지 말아 주세요.**

저의 예시로는 시골 한적한 곳에서 캠퍼밴 생활을 했을 당시, 답답해하는 루나를 위해 하네스를 채워서 산책을 했습니다. 처음엔 바깥출입을 하는 것에 행복해하던 루나가 갑자기 들리는 소 울음소리에 겁을 먹고 캠퍼밴으로 전력질주를 했는데 순간 저도 놀래서 하네스를 제 쪽으로 당겼습니다. 하네스를 당기려는 힘과 루나가 달리려는 힘이 상충해서 오히려 루나를 크게 다치게 할 뻔했습니다. 바로 하네스를 놓아 루나가 캠퍼밴 안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뒤로 시도 때도 없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더 자주 울어 오히려 아이에게 헛된 희망만 줬다는 걸 깨달았죠. 한적한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 었으니 다행이었지, 만약 애가 놀래서 도로로 뛰어갔거나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죠. 따라서 절대 특히 도시에서는 고양이의 산책을 시도도 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실제로 뉴질랜드 주택가를 걷다 보면 애완묘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돌아다닌 걸 쉽게 볼 수 있다.

특히나 길고양이들과는 다르게 애완묘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는 않기 때문에 놀라게 하거나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면 그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에 고양이가 외출을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와 닿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루나를 데리고 온 후 이 문제는 나에게 큰 내적 갈등을 불러왔다. 특히나 나의 남자 친구는 가장 마지막에 키우던 새끼 고양이가 옆집 강아지에게 물려 하늘나라로 보내줬던 터라, 루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포심과 걱정이 됐다.

 

첫 동물병원 방문 때 수의사님이 총 3번의 예방접종을 맞고 난 후에 외출하는 게 좋다고 했기에 그때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남자 친구와 많은 대화도 해보고 다른 친구들과도 얘기를 해보았지만,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유튜브나 한국 블로그에서 고양이 외출/ 고양이 산책에 대한 얘기를 검색하면 다 부정적인 얘기뿐인데, 여기에선 고양이가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이 고양이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것이다. 

 

물론 루나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도로에서 차에 부딪힐 수도 있는 등 많은 위험이 있기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고양이를 6-10년이 넘게 키우고 있는 걸 보면서 안심을 얻었고, 병원에서 마이크로칩을 등록하고 컬러(Collar, 목줄)에 연락처를 적는 등 부가적인 보호장치를 만든 후에 루나의 외출을 받아들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고양이의 외출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애완묘의 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골 한적한 곳에 살지 않는 이상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루나는 외출을 시작한 이후로 덜 공격적이고 차분해졌다. 처음엔 뒷마당에 함께 나가서 하루에 30분 - 1시간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가 혼자 나가는 게 익숙해졌을 때부터는 창문을 열어둬서 혼자 외출하게 했다. 그리고 최대한 정해진 시간에 창문을 열고 해가 지면 창문을 닫아 규칙적인 생활환경을 만들어줬다. 

 

 

고양이는 똑똑해서 반복된 현상이 일어나면 그걸 잘 습득한다. 그래서 고양이도 '앉아!'라던가 손을 내미는 등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 외출을 시작했을 쯤에는 본인의 이름을 알아들었기 때문에, 저녁에 귀가시간이 늦어지면 나가서 루나의 이름을 부르면 멀리서 목줄에 달린 종소리를 딸랑대며 돌아오는 루나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이사를 하면서 발생했다. 우리는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이 아니라 차로 4시간 떨어진 전혀 다른 동네였기 때문에, 혹시 루나가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길을 잃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살던 집에 전주인이 키우던 고양이가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새로운 '집'을 인식시키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몸소 경험했었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루나를 새로운 집에 머물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미 6주간 작은 캠퍼밴에 갇혀있었기에 답답했을 루나를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렇다고 높은 위험률을 감당하고 루나를 내보낼 자신이 없었다. 지금 이사 온 곳은 주변에 고속도로가 있는 것도 마음이 걸렸다. 다행히 캠퍼밴보다는 넓은 집이어서 루나가 확실히 안정돼 보였고, 침실을 떠나 거실에 나오는 데 2주가 넘게 걸렸다. 루나는 낮에 커튼을 다 열고 밖이 보일 때는 새로운 환경이라 낯설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침대 밑이나 이불 밑에 숨어 있다가 깜깜해지면 침실에서 나와 집을 탐험했었다.

이건 루나를 처음 데려왔을 때 간호사님이 알려주셨던 방법인데, 특히 새끼 고양이일수록 갑자기 새로운 곳에 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처음 1-2주는 작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공간이 익숙해지면 점차 다른 공간을 열어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루나를 입양했을 때 거실에서만 2주 정도 지내게 하고 그 다음에 다른 방문을 열어 익숙해지게 도와주었다. 새로운 집에서는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침실에 반나절 정도 머물게 했다. 침실이 첫 공간이라 그런지 아직도 겁먹거나 하면 침실로 곧장 달려가 숨는다.

 

새로운 집에 이사온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예방접종을 위해 근처 동물병원에 방문했다.  수의사님이 이사온 지 얼마 안됐으니 2주 정도 더 있다가 내보내면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렇게 6주 차가 되었을 때 (목줄 없이!) 나도 함께 나가서 집 주위를 산책했다. 고양이가 외출하면 다짜고짜 멀리 갈 것 같지만 차차 영역을 늘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매일 일정 시간 함께 나가서 산책을 하고 일부러 문을 활짝 열어두고 루나가 나를 볼 수 있는 소파에 앉아서 루나의 산책을 구경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캣 도어가 없어서 화장실 창문으로 외출했었는데 이번 집에 와서 캣 도어 사용하는 법도 훈련시켰다. 3일 정도 걸렸을까 자신 있게 이용하는 걸 보면서 '역시 내 새끼 똑똑하구나, ' 하고 뿌듯해하는 철없는 집사의 마음.

캣 도어를 이용하기 전에는 나가고 싶을 때 혹은 들어오고 싶을 때 문 앞에서 '냐옹'하면서 운다.

또, 캣 도어를 사용한 이후에도 우리가 집에 있을 때는 들어올 때 문 바로 앞에서 열심히 운다. 우리가 없을 땐 왔다 갔다 잘하는 거 같은데, 우리가 안에 있을 때는 꼭 문 열라고 요구하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루나가 늦게 들어오거나 주위에 산책하는 개를 볼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을 제외하고, 루나의 외출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은 루나가 가끔 물어오는 온갖 동물들이다. 도마뱀, 참새,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쥐까지.. 본인은 선물로 가져오는 모양인데 엄마는 아직 그런 것들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단다.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뿐 아니라 특히, 외출하는 고양이들은 기생충/해충약을 신경 써서 잘 먹여야 한다. 밖에 나가서 뭘 먹고 다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또한 건강검진도 규칙적으로 받아야 한다. 외출한 이후로는 대소변을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대변으로 인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집 안에서 있을 때 보이는 건강 이상 증후라 할만한 행동들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뉴질랜드와 한국은 전혀 사회적인 인식과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나쁘고 좋다의 의미가 아닙니다.) 혹시 이 글을 고양이 외출 권장 글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인적 드문 시골마을에 사는 게 아닌 이상 고양이의 외출과 산책 모두 권장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해 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https://youtu.be/y113C6UGkHA

https://kimh000.tistory.com/91

 

뉴질랜드, 고양이와 이사하기, 고양이 차멀미, 고양이와 이사시 주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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