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우리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왔다. 사정상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오기까지 캠퍼밴에서 6주를 살게 되었다.
뉴질랜드에는 동물 병원? 동물 호텔? 과 같은 개념으로 주인이 여행가거나 집을 떠나있을 때 고양이를 돌봐주는 캐터리(Cattery, 캣터리)가 존재한다. 뉴질랜드 캐터리는 말그대로 캣, 고양이만 머물수 있는 단기/장기 숙박시설입니다.
강아지/개의 경우는 Kennel(케넬) 혹은 Dogotel(도고텔)을 이용하면 됩니다.
둘 중 하나만 하는 경우도 있고 케넬과 캐터리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데 애완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는 구글에서 근처 Kennel / Cattery를 검색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사할 때가 12월 중순이었기에 이미 모든 캐터리는 예약이 다 차있었다는 점!
뉴질랜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12월 마지막 주부터 1월 둘째 주까지가 가장 큰 휴일이기 때문에 국내로든 해외로든 여행 가는 사람이 많다. 주기적으로 집을 떠나는 분들은 아예 연초부터 미리 예약해 둔다고도 하니, 캐터리 이용하실 분들은 미리 예약하기를 바란다.
정확한 이사시기와 캠퍼밴에서 지낼 기간을 여유롭게 결정하고 나니,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을 때 이미 모두 예약이 차있었고 겨우 며칠이라도 예약할 수 있는 곳은 차로 2시간이 더 떨어져 있었다.
어쨌든 생각지도 못한 루나의 거처로 인해 이사 스트레스가 배가 되었다.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두 가지는 차로 '루나가 4시간이나 차에서 버틸 수 있을까?'와 '6주간 루나가 캠퍼밴에서 살 수 있을까?'였다.
11개월간 자유롭게 집 안밖을 돌아다니며 뛰놀던 아이인데 좁디좁은 캠퍼밴에서 지내는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과 걱정이 가득했다.
첫 번째 걱정은 주변에 고양이를 오래 키운 분의 조언으로 동물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서 이사를 가는데 4시간 정도 차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니, 차에서 수면안정제(정확하지 않음) 같은 약을 처방해주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인 듯 큰 어려움 없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려 집까지 배송도 해주었다.
설명서에 따르면 장시간 이동을 하기 전날 밤에 한 번, 출발 하기 1-2시간 전에 한 번 그리고 도착한 날 저녁에 한 번 그리고 다음 날에도 약을 먹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는 전 날 밤과 출발하기 1-2시간 전에만 한 번 주고 그다음에는 루나에게 약을 주지 않았다. 불필요한 약은 먹이고 싶지 않다는 남자 친구의 주장과 더불어 약 먹기 싫어서 몸부림치는 루나를 위해서였다.
약이 잘 적용했는지 루나는 이동시간 내내 간간히 뒤에서 울기는 했지만 토를 한다던지 배변 실수를 한다던지 큰 문제없이 새로운 도시에 잘 도착했다.
이동 중에도 루나가 밖을 볼 수 없게 담요로 이동장을 덮어 시야를 가리고 이동장 안에 루나가 낮잠 자는 담요를 깔아서 안정감을 주었다.
두 번째로 어떻게 6주간 캠퍼밴에서 지내나?
우리는 어찌어찌해서 캣터리에서 예비로 가지고 있던 한 섹션을 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캣터리에서 이용하는 철창으로 아래 사진처럼 꽤나 넓은 사각형으로 안에 화장실과 음식을 넣고도 충분히 공간이 있을 만큼 규모는 컸다.
우리는 루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루나가 사용하던 담요와 인형들을 안에 넣어줬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낯 섬과 두려움에 루나는 내내 울어댔다. 그렇게 루나가 오래 우는 건 처음 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짐 정리를 하는 2시간 정도 이후 루나를 캠퍼밴으로 데려갔다. 우리와 함께 있는 것과 더불에 캠퍼밴 안에 숨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 루나는 훨씬 안정되어 보였다.
캠퍼밴 안에 있던 화장실 바닥에 루나의 화장실을 두고 루나가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침대 아래 밥그릇과 물그릇을 두었다.
루나는 좁은 장소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외출할 수 없다는 것에 매우 좌절감을 느꼈다. 이런저런 장난감을 사다 놀아주려 했지만 루나는 확실히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한두 번 우리가 나가는 사이 루나가 문을 빠져나가 도망가는 사건이 있었지만 다행히 얼마 못가 겁먹고 캠퍼밴으로 돌아왔다.
결국은 하네스를 사서 루나와 캠퍼밴 주위를 산책하기도 했는데, 한번 나가면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나가고 싶어 한다는 글을 읽은 후 산책을 그만뒀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산책이 불가하다. 또한 고양이가 겁먹고 도망갈 때 오히려 멈추려고 잡아당기는 하네스 때문에 애기가 다칠 수도 있다. 어쨌든 고양이 산책은 오히려 애기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에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어쨌든 캠퍼밴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루나와 어른 두 명의 6주간의 생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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