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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New Zealand/이런저런 일상

뉴질랜드, 고양이의 외출에 대하여

by Luna Kim 2020. 4. 22.

My fur baby, Luna

 

루나를 데려오고 난 이후에 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했다.

갑자기 긴 여행을 간다던지 계획 없이 밤늦게 귀가한다던지.. 그런 일들이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큰 사료통에 건식사료를 담아 루나가 원할 때면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다. 그 전에는 아침저녁으로 루나의 먹이 그릇에 채워줬기 때문에 계획 없이 늦게 들어오면 배고픈 루나가 슬픈 얼굴로 우는 걸 봐야 했다. 몰려오는 죄책감으로 간식도 주고 하지만 그 미안함은 계속 남는다. 

 

뉴질랜드에서는 당연한 문화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고양이의 외출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심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남자 친구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의 설득으로 루나가 백신을 다 맞은 이후 약 3개월 정도 되었을 때부터 외출을 허용했다. 예전 집이 주변 집들과의 떨어져 있고, 차도와도 거리가 먼 언덕 위에 위치해서 루나에게 많이 위험한 환경은 아니었다는 점도 마음을 여는 데 크게 작용했다. 처음엔 남자 친구나 내가 같이 나가면 우리 주위로 돌면서 집 주위를 배회하다가 들어오고 점차 루나가 익숙해지면 혼자 나갔다가 금방 들어오곤 했다.

 

루나의 첫 외출부터 현재까지도 남자 친구와 내가 꼭 지키는 (내가 강력히 주장한) 규칙 중 하나는 해가 지고 나면 루나를 내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처음엔 루나도 집에서 쉬다가 저녁에 나가려고 문 앞에서 울고, 문고리를 열려고 혼자 시도도 해보고 하더니 점차 익숙해졌다. 

 

루나를 데려온 이후로 긴 여행을 두 번 떠났었다.

첫 번째는 루나가 외출하기 전이어서 친구가 아침저녁으로 집에 방문해 밥도 챙겨주고 화장실도 청소해주고 했는데, 내내 친구가 문연틈에 '루나가 밖으로 도망가면 어쩌지, 그러다가 안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에 여행 내내 불안했었다.

두 번째는 2주간의 긴 여행이었는데 역시 다른 분이 아침저녁으로 방문해 루나의 식사를 챙겨줬었다. 하지면 여행 기간 동안에는 루나가 저녁에 집안에 머물 수 없기에 밤에 루나가 나돌아 다닐 수 있다는 걱정과 불안이 여행 내내 있었다. 그래도 돌봐주시는 분이 매일매일 루나 잘 있다고 연락을 주셔서 안심이 되었지만 떨쳐낼 수 없는 불안이 떠나 있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유튜브에서도 수의사님들이 고양이에게 외출은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을 봤다. 많은 논쟁은 요지가 있는 건 알지만 여기서는 수의사님들도 "백신 다 맞고 나면 외출시키는 게 좋습니다."라고 했었다. 또, 이사 온 후에 루나 건강검진 겸 백신을 맞으러 갔더니 "새 집에서 한 달 정도 지낸 후에 외출시키는 게 안전할 거예요."라고 했다. 이미 고양이의 외출이 당연시 되는 문화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주의사항만 주고 그다음에 외출시키라고 한다는 말이다. 물론 고양이가 신체적인 결함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복잡한 큰 도시에 살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웬만한 뉴질랜드 집고양이들은 외출을 한다.

 

 

https://youtu.be/y113C6UGk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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