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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New Zealand/이런저런 일상

새끼 고양이, 루나에 대하여 2 (뉴질랜드에서 고양이 키우기)

by Kimmie.nz 2020. 4. 7.

 

루나(당시 헤르메스)는 모래 위가 아닌 다른 곳에 배변을 하는 실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한 달 동안 깔끔하게 배변을 놓지 못하고 본 뒤 자꾸 카펫에 엉덩이를 끌고 다녔다. 데려오던 날 예약해둔 백신접종을 위해 병원에 다시 향했는데 수의사 선생님이 헤르메스 엄마에게서 따라온 기생충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약을 먹여주셨다. 그리고 그날 밤 대변에 묻어있던 수많은 기생충을 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루나와 함께한 시간 중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사실 이 첫 병원 방문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직원에게 예약자 헤르메스의 이름을 말하자 간호사가 나와서 한달동안 많이 컸다며 헤르메스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직원과 대화 중에 남자 친구 J군이 'Buddy'(남자아이들을 칭하는 호칭)라고 헤르메스를 칭하자 간호사가 갑자기 이 아이는 여자아이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둘은 벙쪘고 당시 우리에게 헤르메스를 남자애라고 소개했던 직원을 쳐다보자 직원도 당황한 눈치였다.

사연인 즉, 우리가 루나를 데려오던 날이 마침 간호사의 쉬는 날이었고 가기 전날까지도 루나의 형제들을 성별로 따로 분리해두었다고 한다.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도착한 날에는 루나를 포함한 남은 3마리 모두 한 보호철창 안에 있었기에 우리도 직원도 당연히 루나가 남자아이인 줄 알았던 것이다.  

 

루나의 병원 기록장

 

 기생충이 있던것 말고는 다행히 건강해서 다음 백신 접종 때 보자는 의사 말을 들으면서 머리는 황당하여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차에 타 한참을 웃고 루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어차피 중성화 수술을 할 거고, 헤르메스라는 이름을 계속 썼어도 됐지만 우리는 남자아이인 줄 알고 지었던 이름이기에 다시 여자아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지금은 잘 기억 안 나는 여러 후보들을 거쳐 부르기 쉽고 예쁜 '루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첫 2주는 헤르메스를 루나라고 부르는 게 너무 어색했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되었다. 그렇게 루나는 나도 없는 중간 이름까지 가지게 되었다. 웃긴 건 한 달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처럼 보였던 루나가 금세 새침한 여자아이같이 보였다는 것이다.  'Buddy'에서 'Sweetheart'(여자아이를 칭하는 호칭)으로 헤르메스에서 루나로. 기생충을 없애고 나자 통통한 아이에서 살이 빠진 소녀가 되어가던 순간순간이 아직도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 고양이보다 여자 고양이가 중성화수술이 더 비싸다. (병원마다 다를 수 있으나 40~50불 정도 차이가 납니다.) 두번 째 접종 때 루나가 2kg가 넘으면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약 6주 후에 중성화 수술을 예약했다. 어쨌든 병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는 예약 당일 다시 한번 이 상황을 언급했고 병원 측에서 20달러를 할인해주었다. 그래서 마이크로칩과 중성화 수술 그리고 등록비까지 해서 아래와 같이 157불이 나왔다. (2019년 4월 기준)

 

두번째 접종 이후 외출이 가능해져서 열심히 들판을 뛰어다니고 집안을 여기저기 휘집고 다니던 루나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온 날 하루 종일 축 쳐져있는 모습과 수술 때문에 제모된 부분을 보니 너무 슬펐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일이니까.. 일주일 뒤에 실밥을 풀러 오라고 했는데, 수술 다음날부터 루나가 실밥을 물어뜯기 시작해서 걱정이 됐었다. 우리가 볼 때 하면 못하게 막을 수라도 있는데 우리가 일간 사이에 잘못 물어뜯었다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우리가 갔던 병원에서는 한국 동물병원처럼 목호보대(넷 칼라?) 같은 걸 주지 않아서 루나가 자기 몸을 핥다가 언제라도 물어뜯을 수 있었다. 결국 이틀 뒤 일하고 있을 때 루나가 실밥을 물어뜯어 병원으로 향한다는 J군의 문자를 받았다.

다행히 아무 문제없이 거의 아물었기에 실밥을 다 풀고 돌아왔는데 기다리는 내내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집에 와서도 실밥도 없고 털도 없는 그 부분을 정성스레 핥는 루나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걱정시킨 만큼 얄밉기도 했더랬다.

 

 

https://youtu.be/mpX8E7HG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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