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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New Zealand/이런저런 일상

새끼 고양이, 루나에 대하여 1 (뉴질랜드에서 고양이 키우기)

by Kimmie.nz 2020. 4. 4.

 

2018년 12월 17일, 

 나와 남자친구 J군은 옆 타운에 위치한 동물병원/보호소에서 새끼고양이를 데려왔다.

 

 나는 어렸을 적 병아리와 햄스터를 키워본 것 말고는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기에 항상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컸었고, J군은 어렸을 때 부터 고양이, 강아지를 모두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큰 책임감 필요로 하고 일단 데려온 후에는 우리의 생활이 제약되는 부분도 있기에 J군의 꾸준한 반대에 부딪혔었다. 또한 J군은 마지막으로 키웠던 새끼 고양이가 옆집 개에게 물려 묻어줘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더욱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전에 살던 집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다른 집들과의 거리가 있었다. 집 바로 앞에 언덕이 위치하고 인적이 드물고, 도로와도 거리가 있어서 고양이를 키우기에 제격이었다. 당시 버려진 새끼고양이들을 입양보낼 집을 찾는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그 날 저녁 우리는 오랜 토론끝에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슬프게도 작성자에게 연락을 했을 땐 모든 고양이가 집을 찾은 후였고 나는 매우 실망했었다.

 

하지만, J군의 동료가 옆동네 보호소에 구조된 새끼고양이를 분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J군이 통화했을 때 직원이 4-6주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 새끼고양이 3마리가 집을 찾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쉬는날 바로 보호소로 가기로 예약했다. 우리는 먼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품들, 고양이 화장실, 모래, 사료 등을 구매한 뒤 보호소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3마리의 고양이가 보호철창 안에서 울고 있었고, 우리를 향해 제일 먼저 소리를 내고 다가온 루나(당시 헤르메스)와 함께 가기로 했다. 집으로 향하는 30분 내내 차안에서 불안한지 어찌나 울어대던 작은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어울리는 이름을 짓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하다 그리스 신인 헤르메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다 닫고 이동장 문을 열어도 겁에 질려 나오지 않다가 용기내어 처음 나왔을 때 J군과 얼마나 기뻐했던지.. 한동안 녀석은 벽난로 뒤에 숨어있었다. 유튜브와 블로그로 검색해가며 화장실 위치와 사료그릇, 물그릇 위치를 정했다. (이미 고양이 집사라면 잘 알겠지만 화장실, 사료그릇, 물그릇은 각각 떨어뜨려 놓는 게 좋습니다.)

몇시간이 지나자 집안을 탐험하기 시작하던 헤르메스는 먼저 나에게 다가왔고 머리를 쓰다듬자 고로롱 고로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양이에 정말 무지했던 나는 코고는 소리가 정말 크다며 J군에게 말했고, J군은 그게 바로 골골송(Purring)이라며 고양이가 기분 좋을때 내는 소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고양이가 심각하게 아플 때도 골골송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어쨌든 헤르메스가 처음 나에게 다가온 순간, 처음 골골송을 내던 순간은 아직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억 중 하나다. 

화장실 위치를 결정한 뒤 헤르메스를 안아서 고양이 모래를 만지게 하고 화장실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통한건지 헤르메스는 여태까지 단 한번도 배변실수는 하지 않았다. 헤르메스가 처음 대변활동을 할 때 비디오 촬영을 하다 J군에게 핀잔을 들었지만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 애정 영상 중 하나다.

 

보호소 직원이 고양이가 집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작은 공간부터 익숙해지는 게 좋다고 해서 처음 일주일은 거실에서만 지내게 했다. 데려온 다음 날 거실문을 열었을 때 혹시 카펫에 대변이 있거나 물에 젖었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화장실 모래 위에 차마 덮히지 못한 채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던 대변을 보고 안심한 기억 역시 강렬하다. 

헤르메스는 하루 하루가 갈수록 눈에 띄게 자신감을 찾았고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https://youtu.be/mpX8E7HG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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