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23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약 3주 동안 진행된 여행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로드트립의 마지막 여행지는 핸머 스프링(Hanmer Springs). 천연 온천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실상 핫풀(Hot Pools) 외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아주 적은 마을이다.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약 2시간, 넬슨(Nelson)에서는 약 4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서울 사람들이 주말에 경기도나 근교로 떠나는 것처럼 크라이스트처치나 넬슨에서 주말 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이다.
그만큼 동네 자체는 작고 조용하다. 슈퍼마켓은 포스퀘어(Four Square) 하나뿐이고, 펍도 3~4개 정도가 전부다. 숙소들도 대부분 마을 중심부에 있어 웬만하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3년 동안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2016년 뉴질랜드에 도착해 오클랜드에서 1주, 블레넘(Blenheim)에서 6주를 지낸 후 원래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크라이스트처치를 한번 들러보자는 마음으로 향하다가 어쩌다 보니 핸머 스프링에 머물게 되었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3년을 살게 되었다.
처음으로 시골 마을의 매력을 경험하면서 작은 공동체에서의 삶을 알게 되었고, 작은 마을이 주는 편안함과 정겨움에 빠져 지내다 보니 어느새 3년이 지나 있었다. 워낙 마을이 작다 보니 6개월만 살아도 동네 사람들 대부분을 알게 되는 곳이었고, 떠날 때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핸머 스프링에서의 시간은 내 뉴질랜드 생활에서 정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이곳을 빼놓을 수 없었다.
내가 정 붙이고 살았던 곳을 부모님께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 덕분에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핸머 스프링에서 우리는 하루 종일 온천을 즐겼다. 몸을 뜨끈하게 지지고, 물놀이 기구도 타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핸머 스프링 핫풀은 단순한 온천이 아니라 워터파크 같은 시설도 있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마치 한국의 캐리비안 베이 같은 느낌으로,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워터슬라이드 같은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자연 속 온천 느낌보다는 관광지로 잘 개발된 온천 시설이라는 점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 및 기타 시설에 대한 정보는 아래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핸머스프링은 특히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온천임에도 약간 캐리비안베이 같은 느낌이랄까... 아이들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고, 어른들에게도 좋은 천연온천이 진짜 넓게 분포되어 있다.
뭔가 "자연"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확실히 관광화된 시설임을 주의 바란다.
핸머 스프링은 뉴질랜드에서도 현지인들에게는 인기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다.
3년을 살면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본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Kakapo Lodge
📅 숙박 기간: 2023년 3월 11일 ~ 3월 13일 (2박 3일)
💵 가격: NZD 324 (NZD 162/1박)
🛏 객실 유형: Triple Suit with Private Bathroom
핸머 스프링에서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Kakapo Lodge, 아마 이곳이 핸머에서 가장 큰 백패커스일 것이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이 숙소는 YHA(Youth Hostel Association) 계열이라 YHA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할인도 가능할 것이다.
핸머 스프링은 관광지이긴 하지만 호텔이나 백패커스의 수는 매우 적고, 대부분의 숙박업이 모텔, 에어비앤비, 홀리데이 홈 중심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숙소를 고를 때 홀리데이 홈을 할지 고민했지만, 침대 3개가 있는 방을 구할 수 있었고 방 안에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결국 Kakapo Lodge로 결정했다. 이곳은 공용 공간과 주방이 굉장히 넓어 사람이 많아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이 작다 보니 숙소 위치도 핫풀과 가깝고, 온천을 이용한 후에도 편하게 와서 쉴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핸머 스프링에서는 핫풀 외에도 마운틴 바이킹, 산악자전거, 제트보트가 유명하다.
둘째 날 시간이 비어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북미에서 저렴한 티켓을 구할 수 있어서 즉흥적으로 제트보트를 타기로 결정했다. 사실 뉴질랜드에서 제트보트 하면 퀸스타운이 가장 유명하지만, 퀸스타운에서는 마을을 돌아다니고 쇼핑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내기 쉬워서 결국 핸머에서 타게 되었다.
우리가 탔던 날은 날씨가 맑고 햇빛이 좋아서 운이 좋았지만, 물이 깊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에 탔을 때보다 엉덩이가 더 아픈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래도 보트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스릴을 즐기는 재미 덕분에 40불의 행복으로는 충분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 있는 곳이지만, 뉴질랜드 여행 일정이 촉박하다면 굳이 무리해서 넣을 필요는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뉴질랜드에서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 중이고, 따뜻한 온천에서 하루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꼭 가야 할 필수 여행지"까지는 아니므로 일정과 취향에 따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Relax & Unwind | The Pools | Hanmer Springs Thermal Pools and Spa
Experience the Hanmer hot pools, day spa or plan your dream New Zealand holiday with these great things to do in Hanmer Springs!
hanmerspring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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