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24년 6월 13일부터 7월 2일동안 진행된 여행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버런(Burren)에서 자연의 이질적인 풍경을 충분히 느낀 후, 이름도 남기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골웨이(Galway)로 향했다.
둘린에서 골웨이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아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우리가 묵을 예정이었던 캠핑사이트에 전날 연락이 닿지 않아, 혹시라도 자리가 없을까 걱정되었다.
특히 금요일 밤이었기 때문에, 캠핑장이 가득 찰 가능성도 있었고, 무엇보다 골웨이 시내에서는 캠핑카의 노상 야간주차가 금지되어 있어 더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O'Hallorans Caravan Park.
골웨이 시티에서 차로 약 15~20분 떨어진 솔트힐(Salthill)에 위치한 캠핑장이다.
둘린 캠프사이트보다는 다소 작고, 사이트 간 간격도 좁은 편이지만, 하루 묵기엔 충분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비교적 넓고 깔끔했고, 별도로 주방 시설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1박만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 예정이었기에 둘러보지는 않았다.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 직전이었고, 다행히 마지막 남은 자리를 얻어 현금으로 결제했다. (정확한 요금은 기억나지 않음). 참고로 와이파이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유의바란다.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골웨이에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Shanafaraghaun 지역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바로 Joyce Country Sheepdogs. 이곳은 양치기 개, 보더콜리가 양떼를 모는 모습을 시연하는 투어를 운영한다.
- 투어 시간: 오전 11시 / 오후 1시 / 오후 3시 30분
- 2025년 기준 입장료: 성인 €15 / 12세 이하 어린이 €5 (자세한 정보는 아래 첨부된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권장한다.)
예약 없이 방문이 가능했고, 우리는 오후 3시 30분 투어에 참여했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땐 갓 태어난 강아지부터 이제 막 훈련 중인 어린 보더콜리, 은퇴를 앞둔 노령의 개들까지 다양한 개들을 볼 수 있었다.
목장 주인의 구령 소리와 손짓 하나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개들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고,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오랜 세월 이어진 아일랜드 전통 목축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투어의 백미는 단연, 골웨이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의 풍경이었다. 여태까지의 로드트립과는 또 다른,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고, 창밖 풍경만으로도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골웨이로 돌아와 캠퍼밴을 캠핑장에 다시 주차한 후, 우리는 우버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어디든 붐빌 것 같아 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바로 Dela였다.
Dela Restaurant (51 Dominick St Lower, Galway, H91 E3F1, Ireland)
사진엔 메인 요리만 있지만, 실제로는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섭렵했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고,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우리가 다녀온 다른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현지 로컬 추천 맛집으로도 손색없다.
시내에 도착할 즈음, 흐리던 날씨가 개면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이 정말 영화처럼 느껴졌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강과 선착장에서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 펍과 거리마다 가득 찬 사람들까지… 골웨이는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빼앗아버린 도시였다.
다음 날 우리는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Belfast)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약 4시간 거리였고, 국경을 넘자 구글 지도가 km에서 mile 단위로 변하면서, 국경을 넘어섰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벨파스트에는 약속이 있어 늦지 않게 도착했고, 캠핑장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운 좋게 날씨도 맑았고, 지인이 추천해준 펍에서의 저녁은 분위기부터 음식까지 정말 완벽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로드트립의 피로가 밀려와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벨파스트의 유명한 Black Cab 투어를 하기 위해 시내로 다시 행했다.
이 투어는 검은 택시를 타고 벨파스트 시내의 분쟁지역과 벽화, 그리고 그 배경이 된 북아일랜드 분쟁에 대해 기사님이 직접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 소요 시간: 약 1~2시간
- 언어: 영어 (영어 소통 가능자 강력 추천)
- 주요 장소: 로열리스트 & 공화주의자 벽화, 평화의 벽, 시멘트 분리선 등
영국 왕실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그림과, 그 바로 옆에 있는 IRA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그림이 한 골목 양쪽 벽에 공존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순간, 이 도시가 아직도 과거의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휴전 상태로 수십 년이 지난 한국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여전히 존재했고, 종교와 정치가 결합된 이 갈등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역사적 맥락 없이 관광만 한다면 절대 보이지 않는 얼굴을 보여준 투어였다. 벨파스트에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특히 영어로 소통 가능한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다.
블랙캡 투어를 진행하는 여러 회사들이 있으니, 구글이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리뷰를 확인한 뒤, 본인의 일정과 예산에 맞는 곳으로 선택하면 되겠다.
벨파스트는 아직도 첨예한 과거의 그림자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한 생동감 넘치는 도시다. 참고로 이곳은 타이타닉이 건조된 도시로, 관련 박물관이나 전시도 많지만 우리는 시간 관계상 방문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골웨이에서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만약 다시 아일랜드를 여행하게 된다면, 골웨이는 단독으로 몇 박을 하며 여유롭게 머물고 싶은 도시다.
그리고 벨파스트는, 단순히 한 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었다.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현재진행형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https://www.joycecountrysheepdogs.ie
Joyce Country Sheepdogs
About Joyce Country Sheepdogs is part of a family run farm located in Connemara, Co. Galway on the Wild Atlantic Way in Ireland. We offer you the opportunity to visit a working hill sheep farm and watch the Border Collie sheepdogs herding Connemara Blackfa
www.joycecountrysheepdog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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