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영주권을 받은 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1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남자 친구와 나에게 각각 선거위원회에서 날아온 우편물이 도착해있었다.
올 9월 달에 있을 총선과 함께 있을 국민투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팸플릿이 들어있었다.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뉴질랜드의 총선은 3년마다 한 번으로 정당에 투표한다. 그리고 여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식이다.
재임이 불가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총리가 재임하는 횟수에 대해서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 총리가 10번 당선되면 30년 내내 총리를 할 수 있다는 말.)
2017년 선거에서 National Party의 득표율이 높았지만, NZ First Party와 Green Party가 Laboour Party과 합세해 노동당의 대표인 Jacinda Ardern이 총리가 되었다.
이는 뉴질랜드 최초로 최고 득표율인(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여당이 아닌 첫 사례라고 한다.
2020년도 9월에 열리는 총선에서 Labour의 대표는 여전히 현 총리인 Jacinda이며, National에서는 선거를 두달 앞둔 지난 7월, Judith Collins가 당대표로 선정되었다.
Jacinda는 작년 크라이스트처치 총기사건과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국내적, 국제적으로 찬사 받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높은 호감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National Party는 뉴질랜드에서 역사상, 그리고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
올해도 Labour Party가 다른 정당들과 힘을 합쳐 National Party를 저지하고 한번 더 여당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총리가 바뀔지는 선거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을 뽑는 총선과는 달리 지역 선거에서는 정당에서 나온 후보를 뽑는 형태로 진행된다.
여행을 시작했던 지난 달 중순부터는 뉴질랜드 어디를 가든 각 지역 대표들의 선거용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선거 날에는 안락사와 대마초(마리화나, 위드)의 허용 여부에 대한 국민 투표도 함께 이루어진다.
불법임이 무색하게 파티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친구들을 종종 (아마 자주) 볼 수 있다.
더 많은 사회적, 의학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주장은 대마초를 합법화하여 불법거래와 오남용을 줄이고, 더 강력한 중독성이 있는 약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말 세세하게 정묘 하게 잘 짜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법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약물, 총기 등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신중해야 하겠다.
안락사에 대해서도 팜플렛에 상세한 설명이 되어있다.
단지 정신적 질환으로 인한 안락사는 안되고 술이 불가한 신체적인 질병 등이 있는 한 의사들의 동의 하에 안락사가 허용되는 등 자세한 조건 사항이 동반되는 법이라고 적혀있었다.
안락사를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Me before you가 생각난다. *스포 주의!
목 아래로 전신 불구가 된 남자 주인공이 본인의 의지로 안락사를 선택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가족의 이야기와 본인이 떠난 후를 준비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치료가 불가하고, 결국 증세가 악화만 되는 상황에서 삶에 의지가 없다면 죽음을 선택하는 것 또한 나에게 있는 기본권이어야 하지 않을까?
두 문제 모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든 쪽이든 그들만의 신념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무심했던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선거는 내가 반드시 행사해야 할 나의 소중한 권리이다.
선거에 따른 결과에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을 받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안 하면 무조건 손해다.
이왕 하는 선거, 내가 행사하는 이 한 표가 내 삶에, 미래에 가져올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당과 각 후보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알아볼 것이다.
또 대마초와 안락사에 대해서도 양쪽 주장을 더 알아보고 깊게 생각한 후에 내 가치관이 맞고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주장에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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